
"빅맥 세트 하나요!"
매주 금요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를 매번 들른다. 빅맥 세트를 사가기 위해서이다. 그것은 고된 일주일을 끝마친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몸을 씻은 뒤 빅맥을 먹으며 유튜브를 보는 2시간 가량은 내게 있어 최고의 여가이다. 지난 1년은 인생이 걸린 프로젝트 때문에 매주매주가 쉴틈없이 피말리는 싸움이었으나, 이 2시간만큼은 그 와중에도 놓치지 않고 꼬박꼬박 챙긴 시간이었다.
많고 많은 맥도날드 메뉴 중에 하필 빅맥을 좋아하게 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워렌버핏의 일화였다.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버핏이 매일 빅맥을 먹는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게 그렇게 맛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당장 빅맥을 먹어본 것이다.
이렇게 내 인생의 버팀목이 된 것이었다. 너무 맛있었다. 확실히, 그 버핏이 빠진 이유가 분명했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금요일 저녁에 단골 맥도날드로 가서 빅맥 세트를 주문하였다. 하지만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그 날은 평소보다 조금 더 스트레스가 많았으며,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기다렸으며, 평소보다 조금 더 소비 지출이 많았던 날이었다. 불현듯 못마땅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왜 맥도날드에 돈을 헌납하고 있지?'
빅맥은 필수재가 아니다. 매주 빅맥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 일만 원 가량은 저축하여 더 가치있는 곳에 사용할 수 있다. 빅맥은 그저 나의 공복을 채워줄 뿐이다. 나의 미래를 구제해주지 않는다. 빅맥에는 대체제가 얼마든지 있다. 배고픔을 채울 용도를 위하여 빅맥을 구입할 이유는 부족하다. 그렇다.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나는 빅맥을 살 이유가 없다. 차라리 그 돈을 아껴서 자기계발용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이득일 것이다.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몇 번씩 사먹는 치킨과 피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만족감만을 위하여 구매하는 배달음식에는 내가 지불하는 만큼의 메리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본질이 음식이고, 허기를 달래주는 목적을 고려하였을 때, 치킨과 피자는 가격이 이상하리만치 고평가가 되어있다. 그 돈을 아껴서 다른 곳에 투자하는 기회비용이 더욱 값비싸다. 대체 그러한 것들을 왜 구매하였던 거지? '충동적으로' 왜 충동적이었던 거야? 그때는 배고팠으니까. 안 먹어도 되었었잖아?
그러게. 왜 그랬을까. 가만 생각해 보면, 먹지 않아도 되는 거였는데 말이야.
대형마트에 갔을 때, 유혹에 빠져서 괜한 물건을 하나 사 놓고 집안 구석에 놓여 있는 물건이 한 두 개가 아니다. 한 번 사용하고 쓰레기통으로 간 물건도 여러 번이다. 쿠팡 등의 전자상거래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한 번에 충동구매한 적도 여러 번이다. 생각해보자. 그렇게 산 물건들은 정말로 괜찮았나? 전혀 아니었다.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럼 나는 그것을 왜 샀지? '충동적으로' 왜 충동적인 느낌이 일어났지? 필요할 것 같아서. 왜 그렇게 느꼈지? 급한 일을 처리해야 되서.
그건 일을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별로 필요없었는데 말이야.
한 발 짝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스스로가 충동구매하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일이 그때에는 참 어렵다. 뇌에서 이성보다 감성을 작용하는 기관이 더 활발해져서 그럴려나. 어떠한 욕구가 분출할 때면, 그 감각에 못 이겨 마지못하여 스스로를 속이는 경우가 빈번하다. 아무리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려 하여도 그 순간이 닥치게 될 때는 합리성은 어딘가로 사라져있다.
그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충동소비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욕구는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욕구가 발산되는 곳으로부터 미리 차단되면 된다.
배고플 때는 시장에 가려하지 말자. 가게로 들어가려 하지 말자. 괜히 뭘 또 사서 먹고 싶어질 수 있다.
어떤 것이 필요하면 체크리스트를 미리 만들어두자. 그리고 구매하자. 체크리스트 밖에 있는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다.
더 이상의 충동소비는 자제하자.
나는 감성보다 이성의 역할을 더욱 중요시한다. 감성에 치우치다 보면 언젠가 중요한 순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감성도 물론 필요할 때도 있으나, 이성적 선택이 대부분 좋을 결정이지 않았나. 합리적인 소비습관은 바로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매주 빅맥 하나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이걸 어떻게 버릴 수 있겠어. 빅맥은 잘못이 없다. 맛있는 걸 어쩌리.
세상이 한 층 더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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