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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정리집

빅맥은 잘못이 없다.

by taskey 2025. 1. 2.

 

"빅맥 세트 하나요!"

 

매주 금요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를 매번 들른다. 빅맥 세트를 사가기 위해서이다. 그것은 고된 일주일을 끝마친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몸을 씻은 뒤 빅맥을 먹으며 유튜브를 보는 2시간 가량은 내게 있어 최고의 여가이다.  지난 1년은 인생이 걸린 프로젝트 때문에 매주매주가 쉴틈없이 피말리는 싸움이었으나, 이 2시간만큼은 그 와중에도 놓치지 않고 꼬박꼬박 챙긴 시간이었다.

 

많고 많은 맥도날드 메뉴 중에 하필 빅맥을 좋아하게 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워렌버핏의 일화였다.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버핏이 매일 빅맥을 먹는다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게 그렇게 맛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당장 빅맥을 먹어본 것이다. 

이렇게 내 인생의 버팀목이 된 것이었다. 너무 맛있었다. 확실히, 그 버핏이 빠진 이유가 분명했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금요일 저녁에 단골 맥도날드로 가서 빅맥 세트를 주문하였다. 하지만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그 날은 평소보다 조금 더 스트레스가 많았으며,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기다렸으며, 평소보다 조금 더 소비 지출이 많았던 날이었다. 불현듯 못마땅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왜 맥도날드에 돈을 헌납하고 있지?'

 

빅맥은 필수재가 아니다. 매주 빅맥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는 일만 원 가량은 저축하여 더 가치있는 곳에 사용할 수 있다. 빅맥은 그저 나의 공복을 채워줄 뿐이다. 나의 미래를 구제해주지 않는다. 빅맥에는 대체제가 얼마든지 있다. 배고픔을 채울 용도를 위하여 빅맥을 구입할 이유는 부족하다. 그렇다.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나는 빅맥을 살 이유가 없다. 차라리 그 돈을 아껴서 자기계발용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이득일 것이다.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몇 번씩 사먹는 치킨과 피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만족감만을 위하여 구매하는 배달음식에는 내가 지불하는 만큼의 메리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본질이 음식이고, 허기를 달래주는 목적을 고려하였을 때, 치킨과 피자는 가격이 이상하리만치 고평가가 되어있다. 그 돈을 아껴서 다른 곳에 투자하는 기회비용이 더욱 값비싸다. 대체 그러한 것들을 왜 구매하였던 거지? '충동적으로' 왜 충동적이었던 거야? 그때는 배고팠으니까. 안 먹어도 되었었잖아?

 

그러게. 왜 그랬을까. 가만 생각해 보면, 먹지 않아도 되는 거였는데 말이야. 

 

대형마트에 갔을 때, 유혹에 빠져서 괜한 물건을 하나 사 놓고 집안 구석에 놓여 있는 물건이 한 두 개가 아니다. 한 번 사용하고 쓰레기통으로 간 물건도 여러 번이다. 쿠팡 등의 전자상거래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한 번에 충동구매한 적도 여러 번이다. 생각해보자. 그렇게 산 물건들은 정말로 괜찮았나? 전혀 아니었다.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럼 나는 그것을 왜 샀지? '충동적으로' 왜 충동적인 느낌이 일어났지? 필요할 것 같아서. 왜 그렇게 느꼈지? 급한 일을 처리해야 되서.

 

그건 일을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별로 필요없었는데 말이야. 

 

한 발 짝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스스로가 충동구매하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일이 그때에는 참 어렵다. 뇌에서 이성보다 감성을 작용하는 기관이 더 활발해져서 그럴려나. 어떠한 욕구가 분출할 때면, 그 감각에 못 이겨 마지못하여 스스로를 속이는 경우가 빈번하다. 아무리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려 하여도 그 순간이 닥치게 될 때는 합리성은 어딘가로 사라져있다.

 

그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충동소비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욕구는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욕구가 발산되는 곳으로부터 미리 차단되면 된다. 

 

배고플 때는 시장에 가려하지 말자. 가게로 들어가려 하지 말자. 괜히 뭘 또 사서 먹고 싶어질 수 있다. 

어떤 것이 필요하면 체크리스트를 미리 만들어두자. 그리고 구매하자. 체크리스트 밖에 있는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다.  

 

더 이상의 충동소비는 자제하자. 

 

나는 감성보다 이성의 역할을 더욱 중요시한다. 감성에 치우치다 보면 언젠가 중요한 순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늘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감성도 물론 필요할 때도 있으나, 이성적 선택이 대부분 좋을 결정이지 않았나. 합리적인 소비습관은 바로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매주 빅맥 하나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이걸 어떻게 버릴 수 있겠어. 빅맥은 잘못이 없다. 맛있는 걸 어쩌리.

 

세상이 한 층 더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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